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워렌 버핏(92) 회장. 우리는 그를 흔히 ‘세계 최고 부자’, ‘성공한 투자 달인’으로 부른다.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annual letter)으로 유명하고, 팬미팅 같은 주주총회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런 버핏을 단순히 투자 통찰력을 가진 부자와 달인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그는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탁월한 이야기꾼(top-class storyteller)이자 ‘글쓰기 전략가’이기도 하다. 외신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워런 버핏의 ‘또다른 무기’인 글쓰기 전략을 들여다 봤다. <에디터 이재우>
① 단문을 사용한다
‘워런 버핏을 흉내내라’(Emulate Warren Buffett).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문장이다.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그럼, 도대체 버핏의 뭘 흉내내라는 걸까.
미국변호사협회는 홈페이지에 ‘법률 글쓰기 향상을 위한 10가지 팁’(10 tips for better legal writing)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10번 째 항목이 ‘워런 버핏을 흉내내라’(Emulate Warren Buffett)이다. 협회는 “버핏이 사용하는 평균 문장의 길이는 13.5 단어”(His average sentence length is 13.5 words)라고 전하고 있다.
딱딱하고, 알기 어렵고, 긴 문장 쓰기에 익숙한 변호사들. 그들에게 버핏처럼 문장을 짧게 쓸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버핏은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annual letter)에서 명확하고, 짧은 문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단문을 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제이 설리반(Jay Sullivan)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버핏처럼 글쓰기’:How To Write Like Warren Buffett)에서 “문장이 17단어를 넘어가면 독자가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sentences exceed 17 words, the reader will struggle to grasp the concept easily.)이라고 했다.
② 전문용어를 쓰지 않는다
버핏은 연례 서한을 쓰면서 “특정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Write with a specific person in mind)고 말한다. 버핏은 글의 대상을 자신의 누이들(Doris Buffett과 Roberta Bertie Buffett Elliot)로 가정하고 썼다.
가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세계와 거시경제가 아닌가. 이런 점을 고려해 버핏은 평범한 누이들에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서한을 풀어 나갔다. 특히 그는 전문용어(technical jargon)나 까다로운 말(gobbledygook) 사용 절제를 충고한다. 미국증권거래소(SEC)가 1998년 펴낸 ‘평이한 영어 안내서’(Plain English Handbook) 서문에서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상상하면 쉽습니다. 내 누이들은 상당히 똑똑하지만 회계나 재무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들은 평범한 영어는 이해하지만, 전문용어는 그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I have no trouble picturing them: though highly intelligent, they are not experts in accounting or finance. They will understand plain English, but jargon may puzzle them.)
대중적이고 평범한 주주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는 ‘독’(毒)이라는 얘기다.
③ 진정성과 서민적 말투가 중요하다
상대(주주,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글쓰기 스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버핏은 여기에 진정성을 추가한다. 거짓이 없는 진정성을 글에 담아야 한다는 것. 그의 말을 들어보자.
“성공하기 위해 셰익스피어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To succeed, I don't need to be Shakespeare; I must, though, have a sincere desire to inform.)
버핏의 이런 의사소통 방식을 ‘포크시’(folksy)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영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워런 버핏처럼 서민적으로 말하는 법’(How to do folksy like Warren Buffet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버핏의 모든 말에 매료되는 이유는 뭘까. 버핏은 평범한 스타일을 사용한다. 우리는 종종 ‘수사학’을 거창하거나 화려한 언어와 연결시키지만, 일반적으로 평범하거나 서민적인 말이 더 효과적이다.”(What is it that makes people hang on Mr Buffett’s every word?. He uses the plain style. We often associate “rhetoric” with high-flown or ornate language, but plain or folksy speaking is generally more effective.)
④ 적절한 비유와 은유를 사용하라
평범한 말투를 선호하는 버핏이지만, 그는 사실 언어의 전문가다. 은유, 직유, 비유 등을 통해
딱딱한 개념과 말(글)에 생명을 불어넣고 활기를 넘치게 한다. 사례 2가지.
버핏은 고객들에게 장기 투자를 강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오래 전에 누군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누군가 오늘 그늘에 앉아 있습니다.”(Someone’s sitting in the shade today because someone planted a tree a long time ago.)
채권(회사채, 지방채, 국채 등) 매입 투자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큰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하늘에서 황금이 떨어질 때는 골무가 아닌 양동이를 내밀어야 합니다.” (Opportunities come infrequently. When it rains gold, put out the bucket, not the thimble”)
‘오마하의 현인’다운 위트 넘치는, 마치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조언이다.
⑤ ‘생생한 동사’ 동원...무거운 전환어는 피한다
버핏은 단어 선택에서 ‘생생한 동사’(vivid verbs)를 끌어다 쓴다. 예를 들면 a CEO hungers for a deal이라는 문장에서 hungers 같은 동사다. 형용사를 고르는 것도 유머러스하다. ‘대형 인수’(big acqusition)를 표현할 때 그는 “코끼리 사이즈급 인수”(elephant-sized acquisition)라고 말한다.
글의 내용을 전환할 때, 버핏은 However 같은 무거운 단어로 문장을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but, yet, so 같은 다소 가벼운 단어를 택한다. 또한 부사, 형용사를 고를 땐 ‘대화에 더 가까운’ 단어를 취한다. 예를 들자면 significantly worse 대신 far worse, approximately 750 locations 보다는 about 750 locations을 선호한다.(내용 출처; legalwritingpro)
⑥ 가벼운 명령형 표현을 쓴다
가벼운 명령형도 버핏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2가지 문장 소개. 먼저 Don’t hold your breath awaiting this reform. 이런 개혁을 조바심 내며 기다리지 말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이런 개혁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음은 Don’t ask the barber whether you need a haircut라는 문장. ‘이발이 필요한 지 이발사에게 묻지 말라’는 것이다. 뻔한 대답이 나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발사는 머리 자르는 일로 돈을 번다. 그에게 지금 머리를 잘라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항상 “그렇다”고 대답한다.
더 나아가 “채권을 사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고 딜러나 채권 전문가들에게 굳이 물어 볼 필요도 없다. 그들 역시 항상 “그렇다”고 대답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①~⑥까지 워런 버핏의 글쓰기 방식과 전략을 살펴 보았다. 구순을 넘긴 ‘오마하의 현인’ 버핏. 그에게 나이는 아무런 장애도 아니다. 오히려 주주들과 교류하는 열정만큼은 ‘핵인싸’급.
유명 작가이자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인 토니 로빈스(Tony Robbins)는 “최고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열정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했다. 워런 버핏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