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올이 '야쿠시마 사진전 개최'(5월 31일~6월 13일, 삼청동4차원) 사전 작업으로, '야쿠시마 B컷 에세이'를 연재중 입니다. 야쿠시마 사진 한 장에서 뽑아올린 단상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옹빈'(翁彬)이라는 이름이 붙은 어르신 삼나무입니다. 밑동은 크지만 가지들이 자라지 못했는지, 하나만 위로 불쑥 솟아 있습니다. 이 옹빈에 불경스런 별명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욕쟁이 옹빈’입니다.
왜냐구요? 옹빈의 형상이 마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린 ‘손가락 욕’처럼 보이지 않나요?
“이 놈아, 넌 살면서 욕 먹을 짓을 얼마나 했어?”
‘욕쟁이 옹빈’은 야쿠시마 숲을 오르는 인간들에게 이렇게 꾸짖는 듯 합니다.
살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한 두 번 욕을 먹고 사는 게 인간사(人間事)입니다. 욕을 스스로 삼켜 없애느냐, 아니면 다시 두 배로 내뱉어주느냐는 마음가짐의 문제일 겁니다.
욕쟁이 옹빈을 뒤로 하고 다시 산을 오릅니다. 그 모습이 멀어질 즈음, 다시 되돌아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욕쟁이 옹빈은 언제쯤 가운데 손가락을 밑으로 내려놓게 될까?” <이재우 기자, 재팬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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